강남유흥 친환경 바 탐방: 로컬 재료와 제로웨이스트 실천

강남에서 바를 오래 드나들다 보면, 메뉴판의 화려함보다 쓰레기통 안의 현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반쯤 쓰다 남은 라임, 한 번 쓰고 버린 빨대 뭉치, 빈 유리병 산더미. 야심한 시간의 설거지 소리와 어울려 매번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이 풍경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강남 곳곳의 바와 라운지, 심지어 소규모 칵테일 바까지도 제로웨이스트와 로컬 재료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강남유흥의 이미지는 대개 소비와 과시를 떠올리게 하지만, 막상 현장을 보면 규모 있는 강남업소이든 골목 안 작은 바든, 체계적으로 낭비를 줄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 변화는 유행이 아니라 운영의 합리성과 손님 경험의 질을 함께 끌어올리는 전략에 가깝다.

강남이라는 무대, 물류와 지속가능성의 현실

강남은 야간 인구가 밀집하고 회전율이 빠르다. 피크 타임이 짧고 강도가 높은 만큼, 바텐더와 매니저는 준비와 폐기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흔한 과오가 라임과 레몬의 과도한 발주다. 토요일에 대비해 금요일에 넉넉히 주문해두면, 일요일 새벽에는 남은 시트러스가 슬러시처럼 물러진다. 강남의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버려지는 박스 하나가 치명적이다. 여기에 서울시의 음식물쓰레기 배출 비용 체계가 더해진다. 용량별 종량제와 RFID 계량 방식 때문에 음식물 무게가 곧 관리비로 이어진다. 그래서 재고를 덜 남기고, 남기는 것조차 다시 쓰는 기술이 운영의 핵심이 됐다.

강남의 물류는 또 다른 장점을 준다. 남양주와 양평, 포천의 소규모 농가에서 도시로 들어오는 채소와 허브, 제철 과일이 새벽에 남부순환로와 올림픽대로를 타고 들어온다. 노량진과 강서 도매시장을 통해 신선한 생선과 제철 해조류가 확보되고, 방앗간과 장인이 만든 전통주도 택배로 당일 도착한다. 강남은 먼 거리의 재료 수급이 쉬운 대신, 가까운 로컬의 선택지도 풍부하다. 제대로 조율하면 품질과 탄소발자국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로컬 재료, 한 시즌을 온전히 쓰는 방식

제철을 읽는 바는 냉장고가 다르다. 초겨울이면 유자와 진피 향이 가게를 채우고, 초봄에는 쑥과 냉이가 시럽으로 변해 쉐이커에 들어간다. 여름에는 남양주 블루베리, 가을에는 양평의 사과와 곶감, 겨울에는 장성이나 거창의 유자와 산초가 메인 노트가 된다. 바텐더 입장에서는 하나의 재료가 세 가지 얼굴을 가지면 이상적이다. 생과로 가니시, 껍질로 올레오 사카럼을 만들고, 남은 과육으로 비네거나 코디얼을 만든다.

라임과 레몬 의존도가 높은 국제 표준 칵테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몇몇 바는 오미자와 매실, 산수유를 산미 자원으로 쓴다. 매실청은 단맛만 올리는 조미료가 아니라, 숙성 단계에 따라 감칠맛과 신맛의 균형이 다르다. 신맛이 강한 초기 매실청은 사워 베이스에, 숙성이 깊어진 묵직한 매실청은 하이스볼 계열에 잘 맞는다. 오미자는 수율 관리가 관건이다. 찬물에 서서히 우러내면 떫은맛이 덜 나오고, 뜨거운 물을 쓰면 바디감은 생기되 쓴맛이 올라온다. 그래서 어떤 바는 콜드브루 방식으로 12시간, 다른 바는 70도 전후의 저온 추출로 40분. 각각을 베이스에 맞춰 혼합한다.

허브는 더 민감하다. 강남의 한 소형 바는 청담동 옥상 텃밭을 운영한다. 깻잎과 바질, 타임을 소량씩 심고 순환 수경으로 관리한다. 잎을 따서 바로 쓰면 향은 강하지만 수분이 많아 칵테일을 희석시킨다. 그래서 따자마자 거즈에 올려 30분 정도 자연 탈수한 뒤, 데코와 muddle을 분리해 사용한다. 덕분에 페스토를 만들 때도 잎 대비 오일 비율이 일정해, 일관된 맛을 유지한다. 이런 세부 관리가 결국 폐기물도 줄인다. 시들기 전에 집중적으로 가공해 냉동이나 절임으로 넘기기 때문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세 가지 전환점

강남의 바들이 제로웨이스트를 현실화하는 데에는 기술이라기보다 습관이 개입한다. 첫째, 폐기물의 흐름을 가시화한다. 주말 마감 후, 라임 쿼터와 레몬 웨지의 잔량을 바스푼으로 한 통에 모아 무게를 잰다. 주차장으로 나가는 빈 병 카트의 단가를 시트에 기재한다. 이 숫자는 주간 미팅의 언어가 된다. 둘째, 미리 가공한다. 일과 전 2시간 프렙으로 껍질, 과육, 씨앗, 줄기를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각 파트의 활용도가 올라간다. 셋째, 손님과의 합의를 만든다. 빨대 기본 미제공, 물냉병 리필 방식, 리유저블 코스터. 눈치 보지 말고, 그러나 불편하지 않게.

예를 들어, 시트러스는 거의 모든 바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잔재다. 껍질은 올레오 사카럼으로, 과육은 코디얼, 찌꺼기는 설탕에 재워 발효시킨 뒤 비네거로 돌린다. 최종 펄프는 말려 파우더로 만들어 글라스 림에 쓴다. 이렇게 돌리고 나면 라임 1박스에서 실제로 버려지는 비율이 5퍼센트 미만까지 떨어진다. 다만 여기에는 냉장고 공간과 인력의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 프렙에 1시간 더 쓰느냐, 음식물 쓰레기 비용과 원물 재구매 비용을 더 내느냐의 선택이다. 그 판단은 각 업장의 규모와 매출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바 내부에서 바뀌는 설비와 동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바는 동선이 먼저 다르다. 글라스 워셔 옆에 미세 거름망을 둬서 펄프를 하수구로 흘려보내지 않고 모은다. 시럽 구역에는 눈금을 정확히 표시한 컨테이너를 두어 소분 실수를 줄인다. 탄산수는 스프레이건 방식의 소다 탭으로 공급해 페트병 소비를 최소화한다. 바백이 병맥주를 따를 때는 병뚜껑을 자석함에 모아 한 번에 폐기하고, 반납 가능한 유리병과 렌털 유리컵은 리유스 전용 카트로 분리 적재한다.

병 회수 시스템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소주와 맥주 공병은 회수돼 세척과 검수를 거쳐 재사용된다. 업체와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병이 여러 차례 순환하는 구조다. 업장에서는 회수율을 높일수록 보증금 정산이 깔끔해지고, 폐기 비용이 줄어든다. 다만 수입주류와 소용량 병, 특수 병은 회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병은 디자인이 매력적이면 물병이나 디퓨저로 재활용해 손님 테이블에 올린다. 실제로 한 라운지는 수입 진 병을 물병으로 쓰고, 소다 사이펀을 드래프트 라인에 연결해 이산화탄소 카트리지를 절감했다. 문제는 세척 품질 관리다. 병목이 좁은 병은 브러시가 닿지 않아 열탕 소독과 알코올 분무, 건조 동선이 필수다. 위생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재활용은 금방 트러블로 이어진다.

맛을 해치지 않는 대체재, 아쿠아파바와 코디얼의 정교함

비건 손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달걀흰자 거품의 실크 같은 질감을 원하면서, 동물성 재료는 피하고 싶다는 요청이 자연스럽다. 아쿠아파바는 훌륭한 대체재지만, 통조림 병조림의 풍미가 칵테일의 바닥에 남는 순간이 있다. 이를 피하려면 소금이 첨가되지 않은 병조림을 선택하고, 60도 전후로 가볍게 가열한 뒤 냉각해 잔향을 날린다. 점도는 위스키 사워 한 잔 기준 15밀리리터 내외가 안정적이지만, 베이스의 알코올 도수와 산미에 따라 10에서 25밀리리터까지 조정한다. 무겁게 치면 머랭이 과해져 텍스처가 분리된다. 강남의 몇몇 바는 아쿠아파바와 약간의 잔탄검을 섞어 일관성을 높이는데, 과하면 인공적인 점성이 입안에 남는다. 한 끗의 절제가 필요하다.

코디얼은 제로웨이스트의 꽃이다. 라임과 설탕, 껍질 오일의 균형을 맞추는 라이머드 코디얼은 진 리키의 산미와 향을 동시에 잡는다. 설탕 비율을 높여 보존성을 확보하면 바닥에서 끈적임이 올라오고, 낮추면 3일 차부터 향이 꺾인다. 업장마다 다른 해답이 있지만, 보관 환경이 일정하고 회전이 좋은 강남의 바라면 중간값이 효율적이다. 유자 코디얼은 껍질의 유성분 때문에 분리 현상이 생긴다. 핸드 블렌더로 유화를 잡고, 병입 전날 한 번 더 스터어링해 주면 바닥 침전물이 줄어든다. 설탕 대신 벌꿀을 일부 쓰는 바도 있다. 향은 풍부해지지만 가격과 알러지, 비건 옵션에서 단점이 있다. 메뉴판에 표기를 명확히 해 불필요한 오해를 막는 것이 좋다.

물 관리와 얼음, 보이지 않는 자원의 균형

쿨러 속 얼음은 바의 심장이다. 그러나 얼음 제조기는 전기와 물을 많이 먹는다. 대형 업장은 굵은 큐브와 펠릿 얼음을 분리해 생산하는데, 펠릿은 칵테일이 빠르게 희석돼 바쁜 시간대에 유리하지만, 잔에서 맛이 급격히 무너진다. 굵은 큐브는 역으로 손이 더 간다. 친환경을 빌미로 얼음을 줄이면, 게스트 경험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일부 바는 얼음의 용도를 더 명확히 나눈다. 스트레이트 위스키와 네그로니에는 빅 큐브나 스피어를 쓰고, 하이스볼에는 라지 큐브 3개를 고정, 쉐이크 칵테일에는 크래시드 얼음을 제한적으로 쓴다. 이렇게 표준화하면 얼음 수요 예측이 정확해지고, 남는 얼음의 재빙수 비율을 낮출 수 있다. 얼음이 남는 날은 바 닫기 전 솔루블 세척에 일부 사용해 물 사용량을 줄인다. 작은 습관이지만 매일이면 숫자가 된다.

식수 역시 전략이 필요하다. 수입 병 생수를 메뉴에서 빼고, 카본 블록 필터와 자외선 살균을 통과한 정수로 대체하는 바가 늘었다. 손님에게 리필을 권하고, 물병을 테이블에 두는 방식으로 직원 동선을 줄인다. 물맛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어 초기에는 미세한 불만이 생긴다. 하지만 2주만 지나면 게스트도 익숙해진다. 물이 무료라는 전제가 있기에 가능한 방식이기도 하다. 강남의 호텔 라운지처럼 병 생수의 브랜딩이 중요한 업장은 섣불리 바꾸기 어렵다. 그 경우에는 대용량 리터 병을 쓰고, 유리 병만 취급해 플라스틱을 배제한다.

드래프트 칵테일과 배치, 에너지와 일관성의 교차점

피크 타임 3시간 동안 쉐이커 수십 개가 동시에 난무하면, 퀄리티는 흔들린다. 드래프트 라인으로 칵테일을 미리 배치하면, 손목은 쉬고 쓰레기도 줄어든다. 다만 레시피가 정리돼야 하고, 산화와 분리를 관리해야 한다. 탄산이 들어가는 하이는 케그 안에서 압력과 온도의 균형이 좋으면 생기가 오래간다. 라임 주스처럼 민감한 신선 재료는 배치에 취약하다. 그래서 몇몇 바는 시트러스 주스를 코디얼로 대체하거나, 산 조절 파우더를 소량 사용해 pH를 안정화한다. 과학이 맛을 대체하는 지점이 아니라, 맛을 지키기 위한 백오피스의 장치다.

드래프트 시스템은 초기에 비용이 든다. 라인 설치와 가스, 케그, 청소 장비까지 감안하면 소규모 바에는 부담이다. 그러나 피크 타임의 인건비 절감과 일관성, 유리병과 캔의 낭비 절감을 합치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사례가 많다. 물론 모든 칵테일을 드래프트로 옮길 필요는 없다. 시그니처 몇 가지와 하우스 하이, 논알코올 스프리츠 정도만 라인에 올리고, 나머지는 핸드크래프트의 매력을 유지한다. 강남유흥의 묘미는 속도와 쇼맨십의 경계에 있다. 드래프트는 그 균형을 맞추는 도구일 뿐이다.

image

재활용에서 리유스까지, 작은 실천이 만드는 그림

바의 쓰레기는 크게 유리, 캔, 플라스틱, 유기물로 나뉜다. 유리는 분리배출로 끝나는 줄 알기 쉽지만, 병의 크기와 라벨의 재질에 따라 실제 재활용률이 달라진다. 물에 녹지 않는 비닐 라벨은 제거하고 배출해야 하며, 금박 포일은 종종 불순물로 처리돼 재활용 공정에 방해가 된다. 업장 내에서 라벨 제거를 정례화하려면 전용 스티머나 온수 탱크가 있으면 효율이 좋아진다.

리유스는 손님 경험과 직결된다. 진 토닉을 시킬 때마다 빨대가 기본으로 티슈에 감겨 나오는 업장은 요즘 보기 어렵다. 종이 빨대는 환경적으로 나아 보이지만, 질감이 음료의 만족감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벤트 없는 금속 빨대나 리유저블 실리콘 빨대를 요청 시 제공하는 방식이 표준이 됐다. 코스터는 두꺼운 종이 대신 세척 가능한 실리콘 매트를 바마다 비치한다. 손님 입장에서 코스터의 느낌이 달라지지만, 바닥의 물자국과 티슈 쓰레기가 줄어든다. 취향의 문제이기도 해서, 몇몇 바는 시그니처 칵테일에는 한정판 종이 코스터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리유저블로 운영한다. 절충은 늘 현실적이다.

지역과 연결되는 메뉴, 디테일이 신뢰를 만든다

로컬 재료를 쓴다는 말은 쉽다. 그러나 손님은 곧장 맛과 경험으로 판단한다. 메뉴에 농가명을 나열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향이 약해진 허브를 억지로 쓸 수는 없다. 제철과 공급이 어긋나는 날은 솔직해야 한다. 한 바는 블루베리 모히토를 여름 딱 두 달만 판매한다. 그 외 계절에는 남양주 냉동 블루베리를 활용한 변형 메뉴를 제안한다. 설명을 들은 손님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시즌성은 불편이 아니라 이야기다.

전통주와 칵테일의 결합은 강남에서 의외로 잘 통한다. 솔송주나 백자 증류식 소주의 솔향은 마티니 계열의 드라이함과 훌륭한 합을 만들고, 고소한 곡향이 도는 탁주는 코코넛 워터와 라임, 소금 한 꼬집으로 열대의 인상을 만든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로트마다 맛이 달라질 수 있고, 도수 편차도 있다. 그래서 레시피를 절대값 대신 범위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 라임 20에서 25밀리리터, 단맛 10에서 15밀리리터처럼, 바텐더가 매일 시음으로 조정하는 여지를 남긴다. 이것이 장인의 일이고, 동시에 낭비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똑같은 레시피로 억지로 맞추려다 버리는 일이 줄어든다.

손님이 할 수 있는 선택, 부담 없이 시작하는 체크포인트

아무리 업장이 노력해도, 최종 무대는 테이블 위다. 손님으로서도 몇 가지 선택만 바꾸면 환경과 맛의 균형을 돕는다.

    빨대와 냅킨은 요청 시만 받는다. 필요하면 말하고, 아니면 받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물병 리필을 선호한다고 미리 알린다. 병 생수 대신 하우스 워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의사 표현이 힘이 된다. 시즌 메뉴를 우선으로 주문한다. 제철과 로컬을 쓰는 메뉴는 신선하고, 폐기가 적다. 병맥주보다 생맥이나 드래프트 칵테일을 선택한다. 유리와 캔의 쓰레기가 줄고, 일관성도 높다. 퇴점 시 공병 반납과 테이블 정리를 가볍게 돕는다. 바 동선이 정리돼 세척과 분리수거가 빨라진다.

바 운영자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루틴

강남쩜오

매뉴얼은 디테일에서 살아난다. 아래 다섯 가지는 강남의 현실에 맞춰 바로 돌릴 수 있는 루틴이다.

    시트러스 전처리 표준화. 껍질, 과육, 씨, 즙을 분리해 각각 용도 지정, 프렙 타임을 매일 같은 시간에 고정한다. 코디얼 회전 주기 설정. 2리터 배치 기준 3일 이내 소진을 원칙으로, 생산일자와 폐기 예정일을 라벨링한다. 드래프트 라인 주간 세척. 알칼리, 산성 세척을 주 단위로 교차 적용해 바이오필름을 막는다. 공병 재고 시각화. 반납 대차와 일반 병 분리, 라벨 제거 스테이션 지정으로 반납 회수율을 높인다. 서비스 정책 안내. 메뉴 초입에 빨대 미제공, 하우스 워터, 리유저블 코스터 정책을 간결히 표기한다.

강남쩜오, 강남유흥의 명암 위에서 찾은 균형

밤 9시에서 새벽 2시, 강남쩜오라 부르는 바쁜 타임에는 속도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쩜오 시간대의 주문 폭탄은 친환경 원칙을 쉽게 무너뜨린다. 빨대 상자 하나를 통째로 올리고, 라임을 기계처럼 잘라 쓰고, 다 남으면 버리는 식의 운영은 즉각 편하다. 그러나 주간 단위로 보면 비용과 피로가 폭증한다. 내가 지켜본 업장들 중, 쩜오 시간대를 가장 안정적으로 넘기는 곳은 원칙을 줄이지 않는다. 대신 더 빨리, 더 단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단련한다. 미리 모양을 잡아둔 빅 큐브, 바마다 정리된 가니시 트레이, 한 손으로 여닫는 컨테이너, 시럽 노즐의 색상 규격화. 그래서 성수기에도 제로웨이스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강남유흥의 화려함 뒤에는 그런 질서가 숨어 있다.

데이터로 보는 변화, 숫자가 말해 주는 것들

한 소형 바의 사례를 보자. 여름 시즌 8주간, 시트러스 박스 구매량을 주당 6박스에서 4박스로 줄였다. 이유는 명확했다. 올레오 사카럼과 코디얼의 수율이 올라가고, 가니시 컷의 사이즈를 표준화했다. 병 생수 재고를 없애고 정수 리필로 전환하면서, 월 70에서 90병 나가던 소모가 0으로 떨어졌다. 그 사이 손님 불만은 초기에 약간 있었지만, 물맛 안정화 후 큰 이슈가 없었다. 병 반납 보증금 정산은 깔끔해졌고, 음식물쓰레기 월 배출 무게는 15에서 20퍼센트 감소했다. 모든 숫자는 매장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설비의 대체와 습관의 수정이 곧 비용 절감과 평판 상승으로 이어진다.

안전과 위생, 선을 넘지 않는 지점

친환경을 내세우다 안전을 놓치면 모든 공이 무너진다. 집에서 담근 시럽과 발효 음료는 위생 기준이 애매해지기 쉽다. 백룸 온도의 편차, 용기 세척의 미스, 라벨링 누락이 겹치면 변질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HACCP 수준의 체계는 아니어도, 내부 기준을 갖춰야 한다. 전처리 구역과 완제품 구역 분리, 작업대와 도마의 색상 구분, 살균 기록부, 냉장고 온도 로그, 개인 위생 체커. 청담이나 압구정의 하이엔드 바는 이미 이 수준의 운영을 한다. 강남업소라는 말이 때로 가볍게 쓰이지만, 상향평준화는 실제로 진행형이다.

알코올 도수 낮추기도 요즘 화두다. 하이프루프 기반 칵테일을 줄이고, 로우 ABV 메뉴를 늘리면 취기 속도가 완만해지고, 손님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 병 소비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논알코올 페어링을 강화하면 유흥의 결이 바뀐다. 더 오래,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밤이 된다. 단, 논알코올은 맛이 단조로워지기 쉬워 산미와 탄산, 비터의 균형 설계가 관건이다.

업계 간 협업, 로컬을 실감으로 만들기

주류 수입사와 로스터리, 제과점과의 협업은 로컬의 감각을 생활로 옮긴다. 강남의 한 바는 이웃 베이커리의 남는 사워도우 빵 끝을 받아 말려 빵 크럼 코디얼을 만든다. 고소한 향과 구수함이 위스키 베이스와 어울려 간단한 하이스볼에 깊이를 줬다. 또 다른 곳은 스페셜티 로스터와 함께 커피 체리 껍질, 카스카라를 활용한 콤부차를 개발했다. 흔히 버려지는 부산물이 새로운 하우스 소다로 태어난다. 로컬 협업은 동네 생태계를 촘촘하게 만든다. 거래가 잦아지면 운송 거리도 짧아지고, 커뮤니케이션도 빨라진다. 덕분에 제철과 재고 상황이 바로 반영되고, 불필요한 낭비가 줄어든다.

손님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강남다운 세련됨 유지하기

강남은 미학의 문턱이 높다. 환경을 이유로 투박해지면 금세 외면받는다. 그래서 그린이라는 표식은 섬세해야 한다. 코스터의 질감, 유리 텀블러의 무게, 바 탑의 정리 상태, 메뉴판의 종이 질까지, 작은 요소가 고급스러움을 만든다. 친환경 소재라도 손에 닿는 느낌이 좋지 않으면 채택하지 않는다.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화를 만든다. 바 내부의 비닐 사용을 최소화하고, 세척제의 농도와 사용량을 줄이며, 조명은 LED와 디머로 교체해 야간 전력 사용을 조절한다. 전구 하나 바꾸는 일이 사소해 보이지만, 매일 밤이면 곧 습관이 된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그리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제로웨이스트는 완주가 없는 마라톤이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려다 망가지는 업장을 많이 봤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측정이다. 일주일간 쓰레기와 재료 흐름을 기록하고, 손님 피드백을 수집한다. 다음은 눈에 보이는 한 가지부터. 빨대 정책, 코디얼 회전, 드래프트 한 줄 설치, 물병 전환, 이 중 하나만 먼저 실행한다. 팀이 성공 경험을 맛보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변화가 빨라진다. 강남유흥의 경쟁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디테일의 품질에서 갈린다. 로컬 재료와 제로웨이스트는 그 디테일을 단단하게 해 준다.

밤거리의 불빛은 여전하고, 음악은 크고, 잔은 다시 채워진다. 다만 마감 후 쓰레기통이 가벼워진다면, 그 밤은 오래 남는다. 바텐더의 손목이 덜 아프고, 게스트의 기분은 더 맑고, 다음 날의 도시는 조금 더 깨끗해진다. 강남의 변화는 요란하지 않다. 셰이커 안에서, 얼음 사이에서, 조용히 설득을 이어 간다.